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쿠시 일상

생리컵 3년차 후기 - 슬기로운 월경생활

나는 3년전 디바컵으로 생리컵의 세계에 입문하였는데,
당시 생리컵의 완벽한 차단력(=새지 않음)과 피부의 뽀송함과 제로웨이스트의 자부심과 생리대/탐폰값의 아까움으로부터의 해방감, 신여성이 된 듯한 뿌듯함 등으로 인해 감동의 쓰나미가 폭풍처럼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.

생리컵 사진을 쓰긴 뭐하니 내 뒷모습이라도..



주변에 여자 친구들한테 대박이라고 한번 써보라고 추천을 그렇게 하기도 하고 (반응: 애들은 신기해하기도 하고 어떻게 컵을 몸에 넣냐며 무서워하기도 했다)
심지어 남동생과 남자 친구들한테도 대박이라며 신세계라며 너무 신나서 자랑을 했었다
(반응: 남동생은 그렇구나 잘 알겠으니 이제 그만훼 라고 했었음...)

생리컵에 입문할 때 누구나 느껴지는 진입장벽이 있다.
첫번째는 내 몸의 생소한 곳을 만져야한다는 두려움과 약간의 찝찝함이다. 근데 생각해보면 너무 겁먹을 건 없는게 콧구멍 귓구멍 입 처럼 그냥 몸에 있는 구멍쓰 중 하나다. 그리고 내 몸인데 찝찝할 건 또 뭐람! 생리컵 쓰기 전 후로 손을 비누로 깨끗히 씻으면 된다.

두번째는 밖에서 교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. 이건 솔직히 사실이긴 하다. 나는 처음에 생리컵을 샀을 때는
좀 의욕이 넘쳐서 밖에서도 컵 비워가며 쓰고 그랬는데, 아무래도 공중화장실에서는 컵 씻는거나 손 씻을 때 좀 불편한 점이 있긴 있다. 요즘은 외출 시에는 생리 첫째날 둘째날 정도 지나고 나서 교체안해도 될 정도의 양일 때 주로 사용하고 있다.

세번째는 닦고 삶고 말려야 하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. 그냥 쓰고 버리면 끝인 생리대나 탐폰에 비하면 일이 있긴 있다. 근데 막상 또 습관이 되면 크게 불편함이 안느껴지고, 건강한 나만의 루틴이 생기는 것 같아서 기분 좋기까지 하다. 다 쓴 컵은 흐르는 물에 씻고, 비누로 닦은 후, 전용 삶기용 냄비 (나는 다이소에서 5천원짜리 라면냄비를 하나 샀다)에 5분 정도 끓이면 된다. 그리고 티슈나 냅킨 위에 살짝 얹어두고 말렸다가 다음에 또 쓰면 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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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리컵은 나에게 꽤 많은 돈을 절약하게 해주었다.
쓰레기도 전혀 나오지 않고
그리고 생리양이나 생리혈 색상 등 눈으로 보고 건강 상태를 확인해볼 수도 있고
내 몸에 대해서 좀 더 알게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.
그리고 생리때도 평소랑 똑같이 속옷만 착용하면 되니 피부가 편안하고,
컵 안이 완벽히 진공상태로 차단되기 때문에 수영도 할 수 있고 목욕도 할 수 있고 활동성이 너무너무 좋다.


생리컵은 지구와 여성을 위한 위대한 발명품이며 생리컵을 만든 사람은 자자손손 복을 받아야 마땅하다🌏